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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 울진대회 후기...(재기전 성공)
조규상  2005-01-24 00:10:38, H : 2,068, V : 128


2003년 제주아이언맨이후 계속되는 재활치료를 마치고, 2004년 5월부터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갔는데.. 5월 30일 한강고수부지를 주행하다 갑자기 뛰어든 사람때문에 잔차 전복사고를 당했다. 다시금 재활치료...

올해 모든 대회를 불참하고 한 시즌이 정리되는 걸 보면서 맘이 참 아팠고, 이대로 무너질 순 없다는, 아무도 알아주진 않지만 나홀로 절박한 심정이 되어 울진대회를 신청하게 되었다.

대회준비는 시작부터 어려움이 많았다. 계속해서 반복되는, 이미 8월 중순에 끝났어야할 지리한 가격협상은 나름 협상의 달인이라 자부하는 내게도 큰 부담이 되었고, 9월이 되자 대학원 신학기가 시작되었다. 퇴근 후, 파김치가 된 몸은 이대로 자전거를 타야 할지 아님 미건의료기에 몸을 맡겨야할지를 알 수 없게 만들었고, 봉독요법으로 벌집이 되어버린 허리와 무릎은 '벌침은 술에는 쥐약'이라는 한의사선생님의 말처럼 술마시는 날이 많아지자 여전히 그대로였다.

대회 전날, 토요일 새벽, 나의 운동 파트너 성수형님과 울진으로 출발. 7시간이나 걸려 울진에 도착. 7시간 운전의 후유증으로 도착하자마자 한의원을 찾아 침 맞고 추나요법 받고 무릎에 테이핑... 거의 '고철'인간일세~~

핑계거리가 필요해서였을까? 성수형님과 나는 점심 겸 저녁으로 모듬회에 소주 한잔을 곁들였다. 파도가 높아서 내일 수영을 할 수는 있을까 걱정도 되었지만, 이대로 계속 비가 와서 대회가 취소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철인들의 망년회 성격이 짙은 울진대회는 대회전날의 화려한 파뤼가 유명하지만, 약간은 알딸딸한 상태로 그냥 여관으로 들어갔다. (성수형 왈, 잘못걸리면 내일 대회 못뛰어~)

방에 와서 장비 챙기고 8시 반부터 잠자기 시작, 다음날 아침 6시 쯤 일어났다. (거의 두시간 간격으로 깼다. 긴장되었던 건 아니구, 방이 좁아 공기가 안좋았던 모양)

컨디션은 예상대로 꽝~ '이 몸으로 잘 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하면서 스트레칭하기 시작했다. 아침으로 청국장 백반 챙겨먹고 대회장으로 향했다. (전날 먹은 매운탕도, 아침 백반도 예술이었다. 역시 맛난 음식먹으면 힘이 난다. 히 ~)

대회장. 예전에 10언더에서 같이 활동했던 석영형님도 만나구, 든든한 승연누나도 만나서 이런저런 조언 받고, 바디 넘버링하고.... 심박수가 서서히 올라가는 걸 느끼며 기분이 좋아진다. 스트레칭하면서 10시가 되길 기다렸다.

10시. 징이 울리고, 사람들이 물속으로 뛰어든다. 예전같으면 (몸싸움이 싫어) 다른 사람들 다 보내구 천천히 가는 스타일인데, 작전을 바꾸었다. 삼각형의 꼭지점 쪽에서 출발하는 사람이 많아서, 레인을 따라가는 쪽에 사람이 적었던 탓이다. 몸싸움은 생각보다 치열하지 않았고, 부딪히는 경우에 그 사람의 발을 잡고 밀어주거나, 발차기를 하지 않으며 서로를 보호했는데 이만하면 다른 대회때도 선두권 후미에서 경쟁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바퀴를 돌면서 왼쪽 어깨가 심하게 아파왔다. '왜 아플까? 대회전 거의 회복단계에 있던 어깨 아니더냐!' ...나의 영법, 정확히는 호흡법에 문제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생각해보니, 내가 호흡할때 너무 왼쪽으로만 몸을 롤링시켜서 왼팔에 걸리는 부하가 커져서 왼 어깨에 통증이 가중된 것이었다. 자연스레 자세가 나오지 않으니 속도도 느려진 것이고... 두번째 바퀴때는 좀더 팔을 천천히 글라이딩 시켰고, 롤링시에 몸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신경쓰며 수영했다. 어깨 통증이 점차 사라지고, 몸이 물을 타고 있는 게 느껴진다. 앗싸~! 역시 위기땐 stop and think야. 혼자 자뻑! 대견함이 느껴진다^^;;; 31분이 전광판시계에 찍히는 걸 보면서 수영통과.

다른 사람의 바꿈터와는 달리 나의 바꿈터는 매우 평안하다. 몸의 물기를 깨끗이 제거하고 익숙치 않은 근전환을 위해 스트레칭도 충분히 하고 출발한다. 10분이 넘어걸린 때도 있었다. 이번 대회에서는 그러나, 나의 계획은 첨부터 무산됐다. 수건을 차에 두고 온 탓도 있었지만;;; 비가 다시 내리려고 해서 조금이라도 빨리 자전거를 마쳐야 했던 탓이다. 전날 코스 답사에서 코스의 노면이 고르지 않아 집중력이 조금만 흐트러져도 낙차 혹은 타이어 펑크 등 큰 사고가 날 수 있겠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지겹다, 사고, 부상...
비도 오고 있었기에 물기 제거도 없이 바로 튀어 나갔다. 근전환을 생각하며 천천히 속도를 높이기 시작. 첫번째 랩이 끝나갈 무렵 갑자기 폭우 엄습.. 맞아서 아픔을 느낄 정도의 비가 퍼붓기 시작하고, 앞이 제대로 안보이니 제대로 가는 건지 뭔지... 맞바람, 옆바람이 불어 평지에서 평속은 20km/h정도로 떨어지고... 잠깐이라도 한눈 팔면 사고다.. 긴장 빡! 하면서 잔차를 탔고, 회전력을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최대한 노력하면서 열심히 페달링을 했다. '암스트롱은 언덕길 올라갈때 rpm이 90이라는 데..' 이런 생각 하면서....

성수형이 생각했던 것보다 나보다 한참 뒤에 계셔서 3 lap이 반복되는 동안 형을 만날때마다 "형! 빨리 빨리"를 외치며 탔다. 아는 사람이 있으니 참 즐거웠다. 더 집중력도 높아지고... 어차피 내가 런이 안되니 런에선 성수형에게 잡히겠다싶어서 좀더 열심히 페달링 하게 되었다.

3번째 lap이 되자 비가 개이기 시작했는데, 비가 개이면서 잠깐 보인 햇살에 비친 바다는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하지만 그런 즐거움은 잠깐. 잔차를 마치고 바꿈터로 들어서는 데 절로 한숨이 나왔다. '살았다~~'


마지막 런... 내가 가장 자신없어하는 종목이기도 하구, 무릎 부상으로 연습도 제일 못한 종목이기도 했다. 2시간 6분 찍힌 걸 보면서 런을 시작했는데, 다리가 말을 듣지 않는다. 호흡도 정상이고 힘은 남아도는 데, 종아리 외측이 돌처럼 굳어 발목을 회전시키지 못한다. 발이 철퍼덕 철퍼덕 떨어지면서 충격이 그대로 전해져온다. 허리 통증까지 심해진다. 잠시 멈춰서 다리 마사지 시작. 효과가 별로 없다.(나중에 들은 승연누나의 조언에 따르면 종아리 외측이 굳은 것은 자전거의 안장이 넘 낮았던 탓이라고 한다. 안장이 낮아 페달링을 하면서 다리 전체가 아니라 외측근육에 부하가 많이 걸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젠장... 또 걸어야 되는 거야?' ... 런에서 아무리 천천히 뛰더라도 절대 걷지 않겠다고 결심했었는데 굳어버린 다리로는 도무지 뛸 수가 없다. 걷는 것도 너무 힘들다. 망년회 대회답게 이런 저런 깃발들과 풍선들을 단, 많은 철인들이 정말이지 즐겁게 달리고 있다. 날씨도 해없이 선선하고... 고통을 감내하며 달리던 제주 아이언맨 대회같은 치열한 느낌은 찾아볼 수 없다. 즐거워보이는 사람들의 "달리는"무리에 동참하지 못하는 내가 넘 아쉽고, 화가 난다. 아무리 재활하느라 운동을 못했다지만...

힘겹게 첫번째 바퀴를 마치는 데 도로변에 성수형님이 콜라를 들고 서 계신다. "형, 뭐에요? 어케 된거에요??" "잔차 타구 목이 넘 아파서 기권했어 ㅎㅎ"

휴~~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게다. 잔차까지 마치면 사실 그만 둘 수가 없다. 몸이 부서져도 뛰어서 완주하고 싶은게 철인들 심정이다. 그걸 잔차까지 타 타고 포기한 형님은 오죽 맘이 아팠겠냐만은 그래두 내 아쉬움 또한 크다. 수지에서, 이날을 위해 둘다 얼마나 열심히였던가! 내가 속해 있는 클럽에서 채워주지 못한 허전함을 성수형은 특유의 자상함과 풍부한 지식으로 잘 채워주셨다.
형은 생각 안하고 불만이 먼저 터져 나온다. "형, 뭐야~~~왜그랬어요, 그냥 뛰시지"

두번째 바퀴째.. 피니쉬라인의 시계는 이미 2:48을 가리키고 있다. 40분내에 5km를 걸을 수 있을까... 길 옆에 서서 다시 한번 스트레칭을 했다. 그리고는 최대한, 뒷꿈치가 먼저 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며 한발한발 내딛었다. 사람들간의 간격이 넘 벌어져있고, 대부분의 사람이 나보다 빠른 속도로 나를 추월해가는 상황...그 중 낮은 속도로 달리시는 분들 뒤에 붙어서 페이스 조절을 하면서 갔다. 서서히 종아리가 풀려온다.

나중에는 "달리는 철인들"이란 깃발을 들고, 동반주를 시도하시던 "달철"분들 도움을 받았고 갤러리가 되신 성수형님께서도 같이 뛰어주셨다. 감사할 뿐이다. 인생을 살면서 누군가 나 대신 이 길을 뛰어주진 않지만, 도움을 주는 사람들은 꼭 있다. 그 사람들이 없었다면 난 어떤 무엇도 해내지 못했을꺼라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금 깨닫는다. 이래서 트라이애슬론을 하면 자만해질 수가 없나보다.


10km의 마지막....모래사장을 지나서 있는 피니쉬라인. 의복을 정제히하고 어떤 포즈로 들어갈까 잠시 고민해본다. 하트모양 만들어볼까 가볍게 점프를 해볼까... 그러다 결국 나의 모토, cool & calm을 생각하며 그냥 평범하게 피니쉬라인을 통과했다. 3시간 17분... 만족할만한 기록은 아니지만, 결국 나는 해냈다. 나의 몸, 의지에 대한 확신... 그리고 타인의 도움에 대한 감사함을 가지고 경기를 마친것이다.


이번 대회의 성과는 자신감을 되찾은 것이다. 무엇때문에 대회에 나가고 무엇때문에 남들이 좋다는 골프 안치고 수영하고, 페달링하고, 뛰면서 땀흘리는 지 나도 설명하기 힘들지만, 대회를 준비하고 참가하는 과정들을 통해서 내가 얻는 것은 이런 지면을 통해서 써내려간 것들 이상이다. 대회를 통해 기록이 아니라 "내자신"이 점점 발전함을 느낀다.

올해의 대회는 끝이 났고, 내년을 준비하며 나는 더 강해질 것이다. 내년에 좀더 좋은 성과가 있기를 바란다.

조규상...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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