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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친 동계훈련 14 - 이자산을 오르며 |
| 최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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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28 09:33:04, H : 2,241, V : 7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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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15
4주차 훈련이 있는 날이다. 그런데 MTB동호회에서 오늘 일자산을 오른다고 벙개가 쳤다. 오전 10시면 가볍게 다녀올 수 있을 것 같다. 끝내고 점심 먹고 바로 서울체고를 갈까 하다가 일단 그 때 가서 사정을 보기로 하고 집을 나섰다. 잠실선착장을 향해 페달을 돌리며 아직 바람이 차갑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이정도면 감사해야 한다고 스스로 위안하며 돌아가지 않는 페달을 열심히 돌린다.
이미 12명의 벙개 요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 처음 보는 얼굴이다. 평소 닉네임으로만 알다가 얼굴을 보니 잘 매칭이 되질 않는다. 거기다 헬맷과 방한도구(마스크, 버프, 바라클라바 등)를 착용하니 현대판 산적이 따로 없다. 초급용이라며 평탄하다던 일자산은 초반부터 만만치가 않았다. 톡 불거진 돌 뿌리며 뱀처럼 바퀴를 휘어 감는 나무뿌리가 결국 자전거를 끌고 오르게 만든다. 이 정도면 타고 가도 되겠다 싶으면 등산객과 마주쳐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를 연발해야 했고, 공동묘지를 지나칠 때면 원귀들이 나를 잡는지 양쪽으로 수문장 마냥 길게 늘어선 철조망이 몸과 마음을 더욱 움츠러 들게 만든다.
우여곡절 끝에 정상에 오르자 한시름 놓지만 내리막길에서 혹여 나 등산객과 마찰이 생길까봐 더욱 조심해야 한다. 만약 주민들과 마찰이 생기면 MTB 통제가 될 수 있어 그나마 근교에서 산을 탈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일행은 뱃살구장까지 가기로 했지만 나는 아쉽게도 중간에 돌아와야 했다. 시간이 벌써 12시를 넘었기 때문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배낭에 런닝 용품을 넣어 가져올 걸 그랬다는 뒤늦은 후회만 막심했다.
집에 돌아와 식사를 마치고 다시 자전거를 타고 나왔다. 서울체고까지는 대략 13km 정도 거리. 열심히 페달을 돌리면 시간에 맞출 수 있을 것 같은데도 다리가 풀려선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스트레칭 시간에 도착하고 옷을 갈아 입으니 권코치의 경고성 멘트가 나온다.
‘최벽호님 오셨어요?
은근히 가시가 돋힌 듯 하다. 거기다 이강일 선배님은 세 번 지각하면 한 번 결석’이라며 농을 건넨다. 나는 오늘 훈련이 인터벌 훈련이라고 해서 운동장에서 하는 줄 알았는데 일자산으로 간단다. 허허, 참! 오늘 따라 일자산과 무슨 인연이길래 두번씩이나. 그래도 혹시나 코스가 틀리지 않을까 했는데 웬걸? 오전에 MTB로 달리던 그 코스 그대로다. 허허, 이거 일자산이 아니라 이자산이 됐구먼~
만약 MTB와 달리기 중 어느 것이 더 힘드냐고 물으면 물론 달리기라고 망설임 없이 답하련다. 자전거는 경사가 심하거나 위험하면 끌고 가면 되지만 달리기는 쉬지도 못하고 마냥 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숨 고를 틈도 없이 말이다. 날다람쥐 같은 권코치가 좀 쉴라치면 어느새 뒤따라와 채찍을 휘두르기 때문이다. 예의 그 따발총 채찍.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욧. 걸으면 안 되욧. 천천히라도 뛰시란 말에욧. 어서 욧. 뒷사람 못 가잖아욧욧욧.”
그렇게 내 몰리듯 이끌리듯 정상 쉼터에서 턴해 이제는 내려가는가 싶더니 중간지점에서 다시 턴. 마지막 주자와 합세해 다시 내려 가란다. 그래도 내리막길이나 한결 수월하다. 발목 조심! 산길은 오를 대보다 내려갈 때가 더 위험하다. 체중도 실리는 데다가 순간적으로 발목을 접질려 부상을 당하기 쉽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렇게 달리면 위험 수위는 훨씬 높아진다.그렇게 한시간 여를 달리니 다리가 풀릴 줄 알았는데 제법 힘이 들어간다. 우쓰~ 좋은데. 오늘 필 받았쓰~ 일자, 아니 이자산 뎀벼 봣!
날씨가 많이 풀린 덕에 훈련이 한결 수월했다. 몸도 쉽게 풀리고 적당한 온기로 마음까지 스트레칭 되어 여유로웠다. 다음엔 좀 더 일찍 나와 충분한 시간을 스트레칭 해야겠다.
훈련이 끝나자 바로 땀이 식기 시작한다. 방감독이 여벌 옷을 가져왔냐고 물으며 말씀하시길길길,
‘땀이 식을 때 아무리 두터운 옷을 껴입어도 소용없습니다. 젖은 옷을 빨리 벗고 새 옷으로 갈아입는 게 최곱니다.’
하여 죽 먹기 전 으스스하게 식어가는 몸을 추스리며 옷을 갈아 입으니 몸이 후끈 달아오르는 느낌이다. 방금 전과는 영 딴판이다. 전에는 그냥 위에 하나 더 입고 차에 히터 높이며 집에 왔는데 차라리 속옷을 갈아입는 게 훨 낫다는 걸 또다시 체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래서 절대 복종하면 복이 오는 거로구나, 아함~
자전거를 타고 오는 길은 몸시 추웠다. 만약 옷을 갈아입지 않았다면 감기 몸살에 동상까지도 걸릴 수 있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여의도 방향이면 맞바람 아닌가. 아무리 쟈켓이며 바지가 윈트스토퍼 기능이 있다고 하지만 머리며 목으로 체온을 다 뺏기므로 체온은 급감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그래도 힐끗거리며 88도로 상황을 보니 체증이 말이 아니다. 환경과 건강을 함께 지켜주는 자전거가 빨리 생활화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석양으로 빠져들 듯 질주하며 유쾌하게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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