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그렇지만 운동화를 신는 것이
그날의 운동을 하고 안하고의 경계다.
어쩌면 그보다 운동복을 갈아입으려
문지방을 넘느냐 안넘느냐가 경계이고,
그 이전에 길게 누운 쇼파에서 나를 유혹하는 TV 를 끄느냐 마느냐...
이 모든 경계에서 의연히 신발끈을 조이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면 대견하기 그지없다.
한강변에 나오니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속도를 높이던
많은 인라인부대며, MTB, 러너들이 자취를 감췄다.
날씨보다 더 요사스런 인간의 마음 탓일 게다.
음~ 서서히 몸을 데피라 했지?
그래 지난 토요훈련에서 처음 10분 단위로 속도를 올리는 거야.
하지만 얼굴을 마구 때리는 맞바람 덕에 그나마도 대충대충
이대로 천천히 뛰다가는 얼어 죽겠다 싶어 냅다 달린다.
얼마를 달렸을까? 등이 촉촉해 옴을 느낀다.
그러고 보니 사지가 다 딴 판이다.
모자를 안쓰니 얼굴과 머리는 얼얼하지,
장갑을 두개나 끼었는데도 손끝은 아리지,
다리는 스타킹 덕에 바늘이 꽂히는 것 같지,
그나마 등이라도 따스하니 살 것 같다.
그런데 하냥 뛰어도 사람이 안 보인다.
NB 스트레칭복을 입고 뛰는 사람 있나 찾아봐도
달빛 아래 보이는 건 외로운 가로등 그림자 뿐이다.
그나마 방향은 제대로 잡은 것 같다.
처음엔 맞바람을 맞으며 여의도를 향해 달렸을 때는
당장 집으로 돌아가고 싶더니만
돌아오는 길은 한결 여유로워지면서
손끝이며 발이 찌리리 하며 녹는다.
하늘을 보니 약간 찌부러진 보름달이 민망한 듯 내려다 본다.
언제 바람 불었냐는 식으로.
사람 겸연쩍게 만들기는...
돌아오는 길에도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앞 서는 이도, 마주 오는 이도,
행여 뒤를 돌아봐도 따라 오는 이조차 없다
간이매점도 사람이 없으니 30촉 형광등이 파르르 떨며
간신히 졸음을 참고 있다.
강변의 서걱이는 갈대 소리만이 겨울밤을 지키는 파수꾼 노릇을 한다.
아, 이렇게 뛰고 나면 맥주 한 잔 생각이 간절해 진다.
하지만 마라톤을 처음 시작했을 때 그랬듯이
앞으로 3개월간은 최대한 절주다.
그것만이 근력을 만든다.
그것만이 일년을 보람차게 만든다.
그런 일년이고 싶다. 2005년은.
그래서 금년 겨울을 혹독한 겨울로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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