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하루 중에 가장 관심있는 분야가 일기예보로 바뀌었다. 조간신문에 날씨가 어떤지 바람은 많은지 체감 온도는 어떤지를 먼저 확인하고 출근한다. 점심시간에 여의도공원을 걸으면서도 ‘음~ 이 정도 날씨면 저녁 때 숙제 하는데 지장 없겠군’ 하다가 구름이 맑은 하늘을 가릴라치면 옷을 한 겹 더 입어야 되나 말아야 하나를 놓고 고민을 하게된다. 그리고 끝날 무렵 퇴근길에 오른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또 일기를 점친다. 행인들의 모습이 많이 웅크리고 종기종기 뛰어가면 바람이 몹시 차다는 것이고, 제법 여유있게 걸으면 그런대로 견딜만한 날씨라고 판단하게 된다. 물론 중간에 기상청 홈피에 들러 3시간 예보를 받아보는 것도 거르지 않는다. 그만큼 동계훈련은 어찌 보면 날씨와의 싸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기에 비하면 술 약속은 아예 후순위로 미루어 둔 지 오래다.
오늘 날씨도 마찬가지이다. 아침부터 냉한 기운이 베란다를 타고 들어오는 게 심상치 않다 싶었는데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자전거를 타고 가려다가 돌아오는 길에 맞바람을 맞으며 땀이 식을 경우 대책 없는 추위에 시달릴 것을 생각하니 아예 일찌감치 생각을 바꾸는 게 낫다 싶어 차를 가지고 갔다. 예정보다 조금 이른 시간. 많은 분들이 여전히 부지런하게 일찍 나와서 몸을 풀고 있었다. 정문을 들어서며 같은 조의 구본용 선배님을 뵙다.
“게시판 보니 열심히 운동하시 데요.”
사실 실전은 그러지 못하는데 괜히 글발로 때우는 것 같아 영 송구스럽다. 내가 훈련일지를 쓰는 것은 사실 훈련을 한다는 것을 과시하기 보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나가기 위한 방편으로 선택한 것이다. 예전에 집사람을 어떻게 훈련시킬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시작한 것이 『미친 마라톤』시리즈였다. 총 30회 분량을 그날 그날 있었던 이야기를 토대로 수필처럼 써서 동호회 게시판에 올렸는데 무엇보다 집사람이 흥미를 잃지 않고 끝까지 노력해 풀코스에 도전해서 완주했다는 것에 더 의미를 두었다. 마찬가지로 이번 ‘미친동계훈련’도 혹 중간에 포기할 것 같은 자신을 추켜 세우려는 목적으로 시작한 것이니 만큼 동계훈련이 끝나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해 작성해 보려한다.
토요 훈련은 신비한 수수께끼 상자를 열어보는 기분이다. 아무도 미리 알려주지 않아 예습을 할 수 없을 뿐더러 알지 못하는 여러 훈련들이 줄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 사뭇 진지하면서도 흥미롭기까지 하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예의 30분 몸풀기 달리기로 시작한 훈련은 지난번 맛보기로 보여줬던 써킷 트레이닝에서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 버전이 선을 보였다. 거기에다 모두들 어린애 마냥 징징대던 마지막 600m 인터벌 두 바퀴로 마무리를 할 때까지 천국과 지옥을 수시로 왔다갔다 하며 체력의 한계를 다시 한번 절감해야 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3차 관문! 호박죽 먹기♬ 어쩌면 이것이 그 힘든 훈련을 참고 이겨내게 만드는 방감독 초유의 비법이 아닐까? 지난번 팥죽과 절편은 처음이니깐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갈수록 메뉴도 다양해 지며 맛도 일품인 마약 같은 영양주사를 맞다 보니 훈련보다는 오히려 그 후의 입맛이 더 토요훈련을 기다리게 하는지도 모른다. 정말이지 새해 첫날 찐한 훈련 만큼이나 정성이 듬뿍 담긴 찐한 호박죽은 고된 훈련을 웃으면서 마칠 수 있게 한 명약이 아니었나 싶다.
매번 우리 훈련이 끝날 때까지 음료수며 호박죽 등을 준비해 응원해 주시는 제비마 회원님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아, 그리고 이번엔 엄청 전문가 다운 카메라를 들고 여기저기서 촬영하시느라 고생하신 제비마 영상사업단(?) 카메라 맨이신 이춘원님께서도 고생 많은 셨습니다. 앞으로 여러분의 응원에 힘입어 더욱 열심히 달려 금년 안에 꼭 사고(?) 한 번 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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