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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트라마라톤 후기
홍명식  2006-11-23 17:04:36, H : 2,742, V : 177


트라이애슬론을 시작한지 만 2년이 되었건만 마라톤이 너무 힘들고 시즌이 끝나 겨울로 접어드는 요즘이 몸관리 하기가 제일 힘든 때인 것 같아 내년 시즌을 대비하고자 서울마라톤에서 주최하는 100km에 겁도 없이 신청을 했다.

날자가 다가오면서도 매년 그렇듯이 가을만되면 술잔을 기울이는 회수가 많아지고 나이가 들수록 농도가 짙어지는 것 같다. 이번 마라톤을 대비한 연습이라고 한 것이 고작 주일 20km 달리기 몇 번에 평일은 퇴근 후 10km 달리기가 전부이다. 그나마 이주 전에 있었던 중앙일보 마라톤도 신청만 해놓고 뛰지도 못했다.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한 것은 몸무게를 3kg정도 빼서 몸이 가벼운 느낌이라는 것이다.

걱정만 하던 결전의 날이 밝았다. 약 5시간정도 잤으니 그래도 많이 잔 편이다. 올림픽공원에 4시경 도착해서 순두부와 김밥을 먹고 몸을 풀었다. 많은 사람들, 특히 일본 사람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출발에 앞서 맘속으로 다짐해본다. 12시간정도(해가 있을때)에 들어오면 좋겠지만 일단 20km 까지는 최대한 천천히 뛰고 몸 상태를 봐가며 40km 정도를 조금 빠른 속도로 달리다가 20km는 천천히 달리고 나머지 20km는 사력을 다한다. 다만, 몸 어느 부분이라도 상태가 안 좋으면 그 자리에서 포기한다. 이것이 오늘의 전략이라면 전략이다.

드디어 출발, 대장정에 올랐다. 그런데 20km는 최대한 천천히 달리자고 생각했었는데 남들 달리는 것을 보고는 나도 덩달아 달렸다. 같이 달리는 박동시씨의 말로는 5분주에 가깝다고 한다. 알고있는 사람들이 몇몇 있었는데 그 사람들 달리는 것을 보니 "저렇게 달려서 100km를 끝까지 달릴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상당히 빠르게 달린다.

올림픽공원에서 한강으로 나와 달리는데 바람이 차다. 마라톤만으로는 풀코스를 한번 뛴 것이 전부이다 보니 복장이라든가 여러가지 걱정이 많았었는데 긴타이즈에 긴팔을 입은 것이 다행이었고 혹시 몰라 준비했던 우의가 찬바람을 잘 막아주었다. 한강에서 탄천을 거슬러 올라가는 길은 짙은 안개와 골짜기 바람이 전면에서 불어서 몸도 춥고 손도시려웠지만 주변에 같이 가는 사람들과 보조를 맞춰서 달렸다. 그렇게 20km를 달리면서 생리적인 현상이 다섯번 있었고 탄천에서 나와 여의도로 가는 중에는 심각한 생리현상으로 고생을 하다가 한남대교를 지나서야 해결 할 수가 있었다.

보급소가 나올 때마다 목을 축이고 김밥, 떡 및 과일 등을 빼놓지 않고 먹는다. 한강길은 자전거도 많이 타 보았고 클럽 사람들과 달리기 훈련도 같이 했던 낮익은 코스다.
현재의 컨디션이라면 오늘의 달리기는 무난할 듯 싶었다. 생리현상을 해결하느라 같이 달리던 박동식씨와 헤어져 혼자 달리고 있었는데 왼쪽다리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든다. 아직 아프지는 않은데 뭔가 굳어져 오는것 같은 느낌이다. 끝난후 생각한 것이지만 증세가 시작되던 약 43km 지점에서 좀 걸었더라면... 경험부재로 눈물나게 고통스러운 하루가 시작되고 있었다.

안양천으로 접어들면서 고통이 찾아온 것이 올초 등산하다가 다친 왼쪽다리 무릎인대와 관절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왼쪽발을 디딜때마다 관절이 시리고 아팠지만 속으로는 지금 이곳까지 달려온 나를 대견하게 생각하고 있었고 주로에서 응원해주는 많은 이름 모를 분들께 미소로서 답해줄 수 있었다. 그리고 몸 어느 한곳이라도 이상이 생기면 바로 기권하기로 맘을 편하게 먹었다.

달리는 것이 힘들기는 힘든가보다. 왜 이리 배가 고픈지... 보급소마다 주는 것을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프다. 안양천을 돌아서 나오는데 왼쪽관절의 아품이 심해져서 걷다 뛰다를 반복하면서 언제까지 뛸 것인지 생각해 보았다. 만약 계속 뛰다가 장기 부상을 입는다면 올 겨울 훈련에 지장을 초래할 것이니까 그만 달리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반환점 까지는 약 6km정도 남았고 거기가면 죽을 준다니 기왕 그만 뛸것 죽이라도 먹고 그만두자는 생각을 하고는 계속 달렸다. 그런데 가양대교를 약간 못미친 약 62km 지점에서 가슴에 이상이 생겼다. 호흡이 가빠지고 계속 숨을 쉬는데도 숨이차고 어지럽다. 달리기를 멈추고 길가에 주저앉아 심호흡을 하면서 이러다 죽는거 아닌가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누구한테 도움을 청해야 할지몰라 당황스럽기도 했다. 약 10여분을 심호흡을 하니 어지러움도 가라앉고 정신이 돌아오는것 같았다.

다시 달려보니 괜찮았고 이제 조금만 가면 죽을 먹을수 있다는 생각에 힘이 났다. 반환 점에 도착해 눈 깜짝할 사이에 죽을 3그릇이나 먹고 귤을 3개정도 먹고 쉬니 힘이 나서 조금 더 달리다가 너무 아파서 도저히 달리지 못할때 그만 두자는 생각을 하고는 다시 주로에 들어섰다. 나를 추월해가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특히 일본 사람들의 매너가 눈에 뛴다. 그 힘든 상황에서도 아주 밝은 모습으로 "화이또"를 외치고 지나간다.

달리다 걷다하는 주기가 점점 빨라지고 3그릇이나 먹은 죽이 배속에서 출렁댔었는데 몇 키로도 못 가 벌써 배가 고파온다. 배속에 거지가 몇 명 들어앉아 있는 것 같다. 달리다 걷다를 반복하다보니 어느덧 70km를 왔다. 아직 30km남았는데 왼쪽 무릎의 시큰거림은 심해졌고 무픞 안쪽 인대가 감각이 없고 덜렁거리는 것 같은 느낌이다. 다리 치료해 주던 의사분이 울트라 같은거 하면 더이상 운동 생각은 하지마라 했었는데... 그렇지만 내가 언제 또 100km를 참가할 것이며 언제 70km를 뛸수 있겠는가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 가자 결승점으로 가자." 안양천 돌때 "이정도 기록이면 11시간대입니다."라고 했으니 "잘하면 13시간 이전에는 들어갈 수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며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점점 무릎이 아파온다. 왼쪽발을 디디지도 못하겠다. 서서 다리를 굽혔다
폈다를 반복하면 몇백미터 달릴 수 있다. 또 굽혔다 폈다를 하고 달리기를 하고 반복하면서 힘들게 힘들게 90km까지 왔다. 이제 10km 남았다. 가볍게 뛸수 있는 거리다. 그런데 이제는 몇발작도 뛰지를 못하겠다. "그래 걸어서라도 가자. 이제는 죽어도 포기 못한다." 해지기 전에라도 들어갈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이제 틀린것 같다. 10km를 정상인이 걷는다면 4km를 한시간 잡으니 두시간이 넘는다. 그럼 14시간도 넘긴다. 무슨 의미가 있을까. 만약 크게 다치기라도 한다면... 걱정을 하면서도 절룩거리면서 걷는다.

춥다. 긴옷을 입었지만 무척 춥다. 두팔을 몸에 꼭 붙이니 좀 났다. 춥기도 하고 맘은 달릴 수 있을것 같아 몇발 뛰어보지만 네발을 뛰지 못한다. 이제는 걸어도 아프다. 왼발이 아파서 오른발에 무게 중심을 두다보니 오른쪽 엉덩이 밑에 허벅지 근육도 아파온다. 점점 춥고 배고프고 비참하다는 생각이 든다. 걷는 1km가 왜그렇게 먼지 모르겠다.
  
한남대교를 지나 잠실로 가는 긴 구간에서 날은 어두워지고... 과연 이상태로 끝까지 갈 수 있을 런지... 울고싶다. 춥고 배고프고 무엇보다 다리의 아품이 고통스럽다. 그런데 너무 아프니까 울음도 나오지 않는다. 너무 추워 두손으로 양쪽 어깨를 감싸고 속으로 "어차피 네 성격에 골인지점을 통과해야 끝나는 싸움이니 가야 한다. 어서가자"를 외치며 고통을 참는다. 추위로 인해 이제 목도 아프고 몸에 열도 난다. 왼쪽발은 무릎을 굽히지도 못하고 최대한 힘을 뺀 상태에서 디디기만 한다. 갈수록 내가 느끼는 1km는 여느때 5km와 맘먹는 거 같다.

억지로 마지막 보급소에 왔다. 이제 응원해주는 분들께 미소도 못 보낸지 오래다. 더운물을 마시고 배를 한입 베어 물었는데 뒤에서 앰블런스가 싸이랜을 울리며 온다. 그 소리에 14시간이 다 되어가고 있음을 직감하며 혹시 종료되었으니 앰블런스에 타라 할까 봐 다시 걷기 시작한다. 현대아산병원 옆 컴컴한 뚝방 길을 걸어가면서 가까이 보이는 정문으로 질러가는 길이 돌아가는 길을 더 멀게 느끼게 한다.

이정표에서 길 안내를 하던 분들이 자리를 정리한다. 어떤 분은 추운지 제자리 뛰기를 한다. 어둠 속에서 추위와 배고품 그리고 아품에 벌벌 떨면서 비참함을 느낀다. 트라이애슬론을 시작해서 2년 동안 운동을 통해 이렇게 비참해 진적이 없었는데... 슬프다. 눈물을 흘리면서 엉엉 울고 싶다. 그런데 너무 아파서 울음이 안나온다.

올림픽공원 옆을 지나면서 1km가 더 멀게 느껴진다. 어찌어찌 공원 후문에 오니 길 안내를 하던 분이 2km 남았단다. 그러면서 시계를 보고는 "18분 남았으니 천천히 가시면 시간 내에 들어가실 수 있습니다."라고 한다. 2km를 걸어서는 시간 내에 못들어 갈 것 같다. 뛰었다. 욕심이 생겼다. 그냥 완주보다는 그래도 시간내 완주를 하고 싶어졌다. 왼쪽 무릎의 아품으로 신음소리거 절로 입밖으로 나온다. 약 800m를 달려가니 송명식 선배가 어둠속에 서있다. 얼마나 반갑던지 와락 끌어안고 울고 싶었었다. 송 선배와 같이 뛰어 들어오는데 너무 아파 신음 소리를 계속 내며 달렸다. 결승점을 통과하니 약 5분 정도 앞서서 들어왔단다.

공식 기록은 13시간 55분 32초. 무릎이 아프지 않았다면 좀더 좋은 기록으로 골인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스스로를 위로했고 아주 오랜만에 처절하고 비참한 고통을 느껴 본 것에 값어치를 두었다.

남들이 울트라마라톤을 몇 회 했다고 하면 난 미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들에게 왜 그리 힘든 운동을 하냐고 물어 봤었는데 "살아 있음을 느끼기 위해서..."라는 답변을 들은 적이 있었다. 난 오늘 살아 있음을 느꼈을까... 살아 있음이 비참함과 고통이라면 난 뼈져리게 그 살아 있음을 느꼈다. 그런데 모르겠다.

단거리의 작은 경기든 트라이애슬론이든 경기가 끝난 후에는 잔치가 끝난 것처럼 허전했었다. 물론 경기 후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하던가 이렇게 고통스러운 것을 또 할 수 있을까 하고 걱정도 했었다. 그런데 이경기후 잔치 끝났을 때의 허전함보다는, 뭔가 뿌듯함이 남아 있는 것 같다.
이제 바램이 있다면 내년에는 이 안 좋은 무릎으로 내가 미쳤다고 했던 그 사람들 속에 섞여서 이 미친 짓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좋아하는 운동을 좀더 오래 하기 위해서...

정발 (2006-11-25 07:24:53)

집에서 편하게 후기를 읽어 죄송합니다. 너무 감동받았습니다. 선배님...,
 

백승철 (2006-11-27 17:37:15)

대단합니다...그 몸으루다가...내년엔 또 울트라에서 여럿 죽겠군...ㅋㅋ
 

박영근 (2006-12-01 13:30:57)

대단하네... 울트라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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